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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l & Spicy! 댐 장어낚시의 세계
2019년 07월 3859 12507

특집

 

 

Cool  & Spicy!

 

 

댐 장어낚시의 세계

 

 

이영규 기자

 

뱀장어낚시인들이 열망하는 여름 시즌이 돌아왔다.여름 장어낚시의 백미는 단연 댐낚시다.맑은 물, 한적한 골짜기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즐기는 댐 뱀장어낚시는 최고의 피서낚시로 꼽힌다.

대청댐 안남권에서 체감한 오름장어 패턴

국내 장어낚시 인구는 전체 낚시인구 중에서는 소수이지만 전문성만큼은 어느 낚시장르보다 깊고 마니아 성향도 강하다. 따라서 장어낚시를 제대로 소개하려면 많은 낚시터를 두루 출조해 본 전문 낚시인의 도움이 필요했다. 다음카페 몬스터피싱의 카페지기 임재혁(닉네임 초태양)씨에게 취지를 설명하자 “적합한 분들이 두 명 있다. 사는 지역도 다르고 낚시 스타일도 대비되기 때문에 다양한 관점에서 장어낚시를 분석해볼 기회가 될 것이다”라고 알려왔다.
임재혁씨가 추천한 전문가는 몬스터피싱의 경상지부장 김현용씨와 전라지부장 김철호씨였다. 김현용씨는 경남 거창에, 김철호씨는 전남 장흥에 거주하고 있었다.
그 다음에는 취재장소를 선정했다. 단체카톡을 통해 최근 조황이 좋은 댐을 물색하다가 대청댐으로 장소가 정해졌다. 충주호도 후보지로 거론됐으나 ‘2019 YGF 마이티킹 한마음장어낚시대회’가 충주호에서 열린 터라 중복을 피하기 위해 대청댐으로 결정했다.
5월 22일 아침, 경부고속도로와 당진영덕고속도로를 번갈아 타고 보은IC를 나와 임재혁씨가 찍어준 내비 주소대로 30분 정도 달리자 낯익은 길이 나타났다. 알고 보니 매년 쏘가리 루어대회가 열리는 보은군 안남면 연주리 강가였다. 이곳은 대청호의 최상류에 속하는 곳으로 지수리와 더불어 과거 대청호 쏘가리낚시의 최고 포인트였다. 이곳에서 약 10km만 하류로 내려가면 장어낚시 대회 장소로 유명한 석탄리가 나온다.     
안남면소재지에서 강가로 이어진 비포장도로를 타고 2km가량 들어가자 물가 연안에 벌통이 쌓여있는 양봉장이 나왔다. 장어낚시인들 사이에 흔히 ‘벌통 포인트’로 불리는 곳이었다.

밤을 맞은 대청호 안남권에서 장어의 입질을 기다리는 김철호씨.(몬스터피싱카페 전남지부장) 초리 끝에 단 전자 케미가 금방이라도 요동을 칠 것 같은 분위기다.

몬스터피싱 경남지부장 김현용씨의 낚싯대 세팅.

 

 

오름장어 시즌에는 최상류가 유리  

 

약속 시간인 오후 3시가 되자 임재혁 카페지기와 김현용, 김철호씨가 현장에 도착했다. 김현용씨는 “낚시춘추와 동행 취재라는 얘기를 듣고 곧바로 오케이 했다. 왕복 7시간의 먼 길이지만 우리는 장어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달려가기 때문에 힘 드는 줄도 모르고 달려왔다”고 말했다. 두 사람 외에 낚시 유튜버로 활동 중인 뱀장어낚시인 이한승씨도 참석해 최근의 대청호 장어낚시 여건에 대해 많은 도움을 주고 돌아갔다.
나는 댐 장어 포인트라고 하면 보트를 타고 들어가는, 으슥하고 깊숙한 골자리를 연상했는데 의외의 최상류에 포인트를 선정한 점이 의아했다. 그에 대해 김철호씨가 설명해주었다.
“뱀장어라는 놈은 자연산이건 양식이건 봄이 되면 최상류 끝까지 올라가는 묘한 습성을 갖고 있습니다. 다른 어류들은 산란하기 위해 상류로 가지만 뱀장어는 민물에서는 산란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왜 민물의 뱀장어들이 봄에 최상류까지 기를 쓰고 올라가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해답이 없는 상황입니다. 어쨌든 그런 습성 때문에 산꼭대기에 있는 소류지에까지 뱀장어가 서식하는 것이죠.”
학자들에 의하면 뱀장어는 2월에서 5월 사이에 깊은 바다에서 산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알에서 부화하면 치어들이 하천의 하구로 떼를 지어 몰려든다. 자연산 장어 치어들은 강 또는 수로를 타고 주변 저수지까지 거슬러 올라가서 성장하는데, 댐 장어들은 하구에서 채집된 장어 치어들을 사서 인위적으로 방류한 개체들이 성장한 것이다.
봄에 강이나 댐의 최상류까지 올라간 장어들은 9월 중순을 넘겨 수온이 낮아지면 다시 깊은 곳으로 이동한다. 전문 낚시인들은 봄(4~5월)에 상류로 올라붙는 뱀장어를 올림장어, 가을에 깊은 곳으로 내려가는 뱀장어를 내림장어라고 부르고 있다.

 

헤비급 vs 라이트급 장비의 대조

 

벌통 포인트를 취재지로 선정한 이유는 최근 대청호에서 가장 꾸준한 조황을 보였기 때문이다. 현지에서 양봉을 하는 사람을 만났는데 “일주일 전부터 500그램에서 1킬로급이 하룻밤에 두세 마리씩 올라왔다. 3일 전 밤에는 적어도 2kg급으로 추정되는 대물을 건 낚시인이 있었는데 허둥대다가 발 앞까지 끌고 온 놈을 놓치는 걸 봤다”고 말했다.
아직 해가 저물려면 세 시간 이상 남았기에 나는 이한승씨의 모터보트를 타고 중상류권인 수북리~벌통 포인트 사이 구간을 둘러보았다. 평일임에도 중상류권의 이름난 포인트마다 많은 장어낚시인이 있었다. 확실히 올해는 예년보다 봄 조황이 좋은 듯했다. 
오후 6시경 다시 포인트로 돌아와 김현용, 김철호씨의 낚시 준비 과정을 살펴보았다. 그런데 두 사람의 장비가 너무 대조적이라 인상이 깊었다. 저수지 위주로 낚시를 다닌다는 김철호씨는 영규산업의 대물 장어대 마이티렉스 30-430(4.3m)에 크고 무거운 원투릴을 갖춘 반면, 댐낚시 위주로 다닌다는 김현용씨는 경량급 장어대인 마이티렉스 370(3.7m)에 장어용으로는 다소 작다 싶은 시마노 4000번 스피닝릴을 사용하고 있었다. 나는 김현용씨에게 “댐 장어낚시용으로는 장비가 좀 약한 것 아니냐”고 묻자 김현용씨는 그렇지 않다고 했다. 
“장어낚시인 사이에 과장돼 있는 소문 중 하나가 장어의 괴력에 대한 부분입니다. 흔히 장비가 약하면 장애물에 처박은 뱀장어를 뽑아내기 어렵다고 말하는데 사실 그건 정확히 말해 뱀장어가 처박은 게 아니라 채비가 장애물에 걸린 겁니다. 장어가 장애물 지대로 도주하다가 채비가 박힌 것이지 장어가 꼬리로 장애물을 감고 버티는 건 아니거든요. 장애물 걸림만 없다면 제가 사용하고 있는 3.7m 낚싯대와 4000번 릴로 충분히 대물을 제압할 수 있습니다.”
김현용씨는 원줄 5호, 목줄 카본사 7호를 썼는데 김철호씨의 채비와 비교하면 목줄 호수는 비슷했지만 원줄은 3호나 가늘게 썼다. 김철호씨도 김현용씨의 설명에 고개를 끄덕였다. 김철호씨는 “장비 부분은 자신의 낚시 스타일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나는 초원투를 좋아하고 뱀장어를 걸면 단숨에 끌어내는 강제집행 스타일입니다. 그래서 길고 강한 릴대와 힘 좋은 릴을 선호하지요. 다만 장애물이 많고 뱀장어의 무게가 1.5킬로이상급에 달할 때는 경량급 장비로는 버거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과연 뱀장어낚시를 즐기면서 실제 1.5킬로 오버급 뱀장어를 만날 일이 몇 번이나 있을까 하는 점도 생각해볼 문제죠”라고 말했다. 
헤비급 장비의 김철호씨는 받침대도 스테인리스로 제작한 14단짜리를 사용한 반면 김현용씨는 나무로 자작한 간편 받침대를 사용했다. 14단짜리 알루미늄 받침대는 자립식이었고 김현용씨의 나무 받침대는 무거운 돌을 올려놓는 방식. 나무 받침대는 조립과 해체가 쉽고 부피가 작아 좁은 공간에 설치하기에 좋아 보였다. 만약 내가 장어낚시에 입문한다면 둘 중 어느 시스템을 들여놓을 것인가를 고민해 보았는데, 거추장스러운 것을 싫어하는 성격이라 김현용씨의 경량급 장비에 더 눈길이 갔다.

 

 

청지렁이보다 질긴 말지렁이가 인기 높아  

 

뱀장어낚시는 마릿수가 많은 낚시가 아니다. 하룻밤에 한두 마리 조과로 끝나거나 아예 꽝을 맞는 날도 많다. 그래서 확률을 높이기 위해 많은 낚싯대를 편다. 김현용씨와 김철호씨는 각각 14대를 편성한 뒤 한 대 한 대 채비를 세팅하기 시작했다.
오늘 준비한 미끼는 말지렁이, 청지렁이, 징거미 세 가지. 청지렁이는 장어낚시에서 자주 보았지만 말지렁이는 처음 보는 것이라 흥미로웠다. 과연 어떤 미끼가 가장 잘 먹힐까? 김철호씨가 징거미를 들어 보이며 설명했다.
“현재 가장 입질 확률이 높은 미끼는 징거미입니다. 새우류는 모든 육식고기가 좋아하는 미끼인데다가 지금처럼 수온이 낮은 초반에는 작고 한 번에 먹기 좋은 징거미가 유리하죠. 실제로 장어의 배를 갈라보면 새우류가 가장 많이 들어있습니다. 강계에서는 같은 암반 지역에 살고 있는 돌고기가 뱀장어 뱃속에 많이 들어있습니다. 단점이라면 이런 작은 생미끼들은 입질은 빠르지만 잡어에게 빨리 따먹힌다는 겁니다. 또 살점이 약해 원투할 때 잘 떨어지는 것도 문제입니다. 그래서 질기고 오래가는 지렁이가 범용 미끼로 사용되는 것이죠.” 
말지렁이와 청지렁이는 크기는 비슷했지만 청지렁이의 몸체가 약간 푸른빛을 띠어 약간만 신경 써 관찰하면 쉽게 구분이 됐다. 말지렁이는 5월 이후 비 오는 날 길가에 나와 돌아다니는 커다란 지렁이인데, 뱀장어 전문가들은 비 오는 날에 잔디밭 또는 학교 주변 운동장 같은 곳에서 말지렁이를 채집해서 미끼로 쓴다. 땅 밖으로 나와 돌아다니는 놈들은 오래 보관이 가능하지만 머리만 내밀고 있는 놈을 강제로 뽑아냈을 때는 금방 죽기 때문에 적어도 2~3일 안에 미끼로 쓰는 게 좋다고 한다.
청지렁이는 6월 중순 이후 낚시점에서 구입할 수 있다. 주로 낙엽 밑이나 썩은 풀 주변에 많이 서식한다. 대체로 말지렁이보다는 씨알이 약간 잘다. 그리고 주로 대구, 부산, 안동 등지의 경상도 지역에서 난다. 충주 지역 낚시점에서 파는 것들도 대부분이 경상도에서 택배로 올라온 것이다.  효과는 말지렁이가 청지렁이보다 앞서지만 큰 차이는 아니라는 게 김철호씨의 설명이다. 말지렁이가 청지렁이보다 약간 더 질겨 잡어 성화를 더 잘 견딜 뿐이라고. 아울러 청지렁이는 낚시점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지만 말지렁이는 낚시인이 일일이 채집해야 돼 희소성에서 더 가치를 인정받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김철호씨가 밤 9시경 올린 200g급 장어를 보여주고 있다.

날이 밝음과 동시에 수면에 물안개가 피어오르고 있다. 밤을 지샌 김현용(왼쪽)씨와 김철호씨가 지난밤 낚시 상황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처음 구경한 미끼 운반용 RC보트

 

채비 세팅이 끝나고 날이 점차 어두워지자 본격적인 미끼 꿰기에 돌입했다. 그때 김철호씨가 차에 실어둔 박스 속에서 장난감처럼 생긴 RC보트를 꺼내들었다. 미끼를 RC보트에 실어 먼 거리까지 보낸다고 한다. 그런데 원투낚싯대로도 충분히 멀리 던질 수 있는데 굳이 RC보트까지 동원할 필요가 있을까? 나의 의문에 김철호씨가 RC보트의 구체적 용도를 설명했다.
“RC보트는 채비를 멀리 보내기보다는 정확히 보내는 데 유용한 장비입니다. 특히 징거미, 참붕어, 돌고기 같은 미끼를 강하게 원투하면 그 충격으로 바늘에서 곧잘 떨어져 나갑니다. 그래서 RC보트에 미끼를 실어 목적한 지점에 살포시 내려놓는 용도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RC보트의 가장 큰 장점은 ‘핀 포인트’ 공략이었다. 원투로는 정확히 공략할 수 없는 좁은 고사목 사이도 RC보트를 이용하면 정확하게 미끼를 떨어뜨릴 수 있어 매우 유리하다고 한다.
미끼를 실은 RC보트가 천천히 항해를 시작하더니 족히 100m 넘는 곳까지 가서 미끼를 떨어뜨리고 왔다. 그런데 배의 속도가 그다지 빠르지 않아 왕복에만 15분 이상이 걸렸다. 이 속도라면 낚싯대 14대의 채비를 모두 배달하는데 2시간도 넘게 걸릴 판이다. 그래서 RC보트는 전체 채비 중 살점이 약한 미끼를 꿴 서너 개의 채비를 배달할 때나 장애물 사이에 정확히 미끼를 떨어뜨릴 용도로만 사용한다고 한다.   

 

 

첫날 재미 본 포인트는 과감히 옮겨라

 

김철호씨는 14대의 낚싯대 중 10대는 3~4m 수심, 나머지 4대는 좀 더 깊은 7m 수심을 노려 투척했다. 우리가 낚시한 5월 22일은 외부 기온은 높아 여름을 방불케 했지만 물속은 여전히 봄에 가까워 붕장어들이 5~6m 수심에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수온이 올라 본격 여름 시즌이 되면 3~4m 수심까지 뱀장어가 올라붙는다.) 다만 혹시나 더 깊은 수심에 장어가 머물고 있을지도 몰라 4대는 장타를 쳐 깊은 곳을 노렸다. 
첫 입질은 밤 9시쯤 들어왔다. 수심 2m권의 사니질 바닥에 던져 놓은 채비였다. 여러 번 쫀득하게 당기는 잔 입질이 들어오더니 결국에는 뱀장어 특유의 주욱 끄는 입질이 왔다. 김철호씨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힘껏 챔질했다. 우욱- 하는 소리와 함께 초반에는 제법 힘을 써 500g은 넘는 중치급일 줄 알았는데 발 앞으로 끌려올수록 저항이 약해지더니 200g 남짓한 잔챙이가 올라왔다. 녀석은 말지렁이를 먹고 나왔다. 댐 장어낚시의 황금시간인 초저녁에 첫 입질이 들어온 터라 연타에 대한 기대감이 한껏 고조됐건만 아쉽게도 이 한 마리로 끝이 나고 말았다. 바로 옆자리에서 날을 샌 김현용씨는 동자개와 블루길만 몇 마리 올리고 허탈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조황 부진의 이유를 따지자면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찝찝했던 건 3일 전까지 호황 국면이었다는 점이다. 김철호씨는 “뱀장어낚시의 묘한 특징 중 하나가 호황이 이틀 밤 이상 가지 않는다는 겁니다. 한 자리에서 뱀장어가 많이 낚이면 다음날은 5분의 1수준으로 조황이 확 꺾입니다. 최소 며칠은 가는 붕어낚시와는 다른 양상이죠. 뱀장어는 한 번 정착하면 자신의 영역에서 터를 잡는데 이 무리들이 잡혀나간 후 다시 새로운 개체가 들어오는 데까지 일정한 시간이 걸리는 것 같아요. 그래서 나는 2박 이상 낚시할 경우 다음날은 포인트를 옮겨버립니다. 적어도 200미터 정도는 떨어져서 낚시하는데 확실히 전날 낚시한 곳보다 조황이 앞서는 경우가 많았습니다”라고 말했다.
장어낚시인들이 유명 포인트보다 생자리 포인트를 선호하는 것도 첫 공략에 호황을 맞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며 이런 현상은 저수지보다 댐에서 더 강하게 나타난다는 게 김철호씨의 설명이었다.  
비록 취재일에는 200g짜리 한 마리가 전부였지만 6월로 접어든 대청호의 장어낚시 여건은 당시보다 훨씬 좋아진 상황이다. 6월 둘째 주말을 전후해 적잖은 비까지 내려 새물 냄새를 맡고 상류를 향해 올라붙는 뱀장어들의 양은 더욱 많아졌을 것이다.
뱀장어낚시의 최고의 시즌은 5~7월이며 수온이 너무 높은 8월 한 달은 뱀장어가 깊은 곳에서 입을 다물고 있는 비수기이다. 따라서 실질적인 여름 피크는 수온이 18~20도로 유지되는 6월~7월 중순까지로 볼 수 있다. 9월부터는 마릿수가 떨어지는 비수기(중부권의 경우)로 접어들기 때문에 장어낚시에 입문할 낚시인이라면 6월을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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